한정수 님의 회고를 처음 접한 건 2018년이었는데, 그때도 꽤 신선하게 다가왔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체대 출신 개발자'라는 타이틀이 누구나 한 번쯤 클릭해보고 싶게 만드는 후킹 요소였던 것 같다. 흔한 '비전공자'라는 표현보다 더 궁금증을 자아내는 매력이 있었다.
다른 사람의 회고를 읽고 이렇게 자극을 받는 일이 흔치 않은데, 이번에는 간만에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 나도 2016년부터 연말 회고를 꾸준히 써왔지만, 갈수록 자세하게 적지는 못하고 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회고를 읽으면서 다시금 연말 회고를 성심성의껏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직접 쓰는 회고만큼 그 순간을 잘 기록할 방법은 없다는 걸 깨닫는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에, 기록은 항상 필요하다. 기록은 그 어떤 것이라도 옳다.
한 사람의 성장 과정을 들여다보는 일은 어떤 영화나 드라마보다 흥미롭다. 무엇보다 회고를 이렇게 잘 쓰는 사람은 발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삶의 방향을 점검하고 이를 기록하는 사람에게는 독특한 기세가 느껴진다. 그런 사람은 내공이 단단히 쌓여 있다는 느낌을 준다. 특히, '글 잘 쓰는 개발자'는 정말 유니콘 같은 존재다. 어느 직군에서나 글쓰기 능력이 중요하지만, 개발자에게는 유난히 부족한 부분이기도 하기에 글을 잘 쓴다는 건 확실한 강점이다.
긴 글임에도 막힘없이 읽히는 그의 글은 필력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새삼 나의 회고를 돌아보며 반성하게 된다. 쓸 내용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그동안 회고를 뒷전으로 미뤄왔는데, 2024년에는 나도 좀 더 섬세하게 다듬어 제대로 된 회고를 남겨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공감이 됐던 문장
대성당을 짓는 Engineer가 아닌
초가집이라도 혼자 만들 수 있는 Maker를 지향해왔고,
작년 회고에서는 혼자 개발한 서비스(커피한잔)를 통해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시는 김재호님을 새로운 롤모델로 정했었다.
즉, 개발자 커리어 사다리를 오르거나
유명한 회사로의 이직에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게 된 상황이었다.
울림이 있던 문장
그때 나는 이제 큰 일 났다 라는 위기감이 아닌, 군대 전역한 날 처럼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는 근거 없는 패기가 생겼다. 2017년에 결혼한 이후 처음으로 경제적 바닥을 맞이하니, 생존을 위해서는 뭐든 해야 하고 할 수 있다는 마음이 강하게 든 것이다. 그날 나는 동네 햄버거 가게 알바 자리에도 지원했다. 물론 회사 업무 시간과 겹쳐서 일할 수 없었지만,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니었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
언젠가 이 회고를 다시 읽었을 때, 이때 참 힘들었는데 이젠 추억이네! 라는 말을 와이프와 웃으며 나눌 수 있도록, 2024년에는 더 열심히 살아갈 예정이다.
정수님 만큼이나 정수님을 믿고 지지하며 두 아이를 키우느라 고생했을 와이프 분이 새삼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나는 남편을 이렇게 응원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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