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INEE/Retro

키워드로 되돌아보는 2023년

zineeworld 2023. 12. 3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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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종식

올해의 사회적 키워드는 아무래도 '코로나 종식'이 될 것 같다. 2020년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가 2023년에는 종식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완화되었다. 이 재난이 언제 끝날 수 있을까 암담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코로나가 믿기지 않게 전 세계를 덮쳤듯이, 믿기지 않게 우리는 또 이 재난을 헤쳐나가 일상을 회복하고 있었다. 웨딩홀 계약을 하던 2022년 9월에는 2023년 7월에는 하객들이 마스크에서 자유로워지겠지? 란 기대를 했었는데 예상대로 되어서 다행이었다. 코로나 3년이 나에게 남긴 것들은 기나긴 재택근무로 인한 사회성 감소....? 

 

#결혼

올해의 개인적 키워드는 '결혼'이다. 2023년 7월에 결혼을 했다. 결혼 준비 할 때는 너무너무 힘들고, 이걸 누구 좋으라고 하는 결혼식일까 그런 생각도 진짜 많이 했는데 지나고보니 확실히 그 누구보다 나를 위한 결혼식이었구나란 생각이 든다. 오히려 진짜 하고 싶은거 더 다해도 됐었겠네 싶은 시간이었다. 그래도 본식 2주전에 드레스 가봉을 다시 할 만큼 후회없는 결혼식이었다.

 

#디자인시스템

올해의 업무적 키워드는 단연 '디자인 시스템'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올 1분기까지 카엔에서도 줄곧 디자인 시스템 업무를 도맡아 해왔고, 이직 후에도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하는게 가장 큰 시간을 할애했다. 시스템의 규모는 물론 카엔 때보다는 많이 작아졌지만 오히려 당장 실무에서 쓸 것에만 집중해서 제일 필요한 것부터 잡아가는 시간이어서 좋았다. 입사 3개월 만에 초기 정립을 끝내고, 바로 실제 화면에 적용해나가는 작업을 진행중이어서 개인적으로는 카엔에서 보냈던 3년보다 더 성취감 있는 3개월이었다.

 

#외할머니장례식

엄마가 5년동안 모셨던 외할머니가 100세를 맞이하시고 돌아가셨다. 7월 내 결혼식을 올리기 직전까지도 행여나 할머니가 그 즈음에 돌아가실까봐 참 여러사람이 걱정을 했었다. 우리 부부가 추석 전주에 할머니를 뵙고 내려왔는데, 그리고 그 다음주에 돌아가셨다. 그때 할머니를 뵙고 오지 않았으면 어쩔뻔 했나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어쩌면 서른이 넘고도 처음 겪는지라 느끼는게 참 많았다. 

 

#이직

네번째 퇴사 그리고 다섯번째 회사에 입사했다. 사실 회사를 옮길 생각은 절대 없었다. 이건 그냥 타의에 의한 이직이라고 볼 수 있다. 1500억 넘게 적자를 만들어낸 카엔은 놀랍게도 대표부터 줄행랑을 치고, 직원들을 정리했다. 그래도 내가 재직했던 회사 중에 가장 최장 근속기간이었던 3년 6개월을 끝으로 난 대기업의 마침표를 찍게 됐다. 

 

#건강악화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갈비뼈 골절을 알게 되었고, 8월 그 무더위에 복대를 차고 고생을 했다. 가만히 있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도 없는 골절 두번 다신 겪고 싶지 않다. 그리고 6월에 한 건강검진에서 뇌하수체 미세종괴가 보인다는 소견을 받아서 대학병원에서 뇌 MRI를 다시 촬영했다. 사이즈가 워낙 작고, 이상 증상이 없기 때문에 약물치료도 수술도 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결과를 들었다. 1년 마다 추적관찰을 해야한다고 했다. 다른 곳도 아니고 뇌에 뭐가 보인다고 하니까 참 가슴이 철렁했다. 그것도 결혼 하자마자 이런걸 알게 되어서 무서웠다.

 

그리고 2023년 2월부터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사실 몇년 전부터 필요했던 걸수도 있는데 모든게 몰려서 이번에 터지게 된게 아닐까 싶다. '상세 불명의 우울 및 불안증세'라는 게 참 일상을 살아가는게 불편함을 많이 줬다. 심각하게 해를 끼치기 보다는 불편한게 많아지는 순간들이 너무 많아져서 심각해질 것 같아서 진료를 받기 시작했다. 4월에 처음으로 공황발작을 겪고 나니 진짜 이젠 내 상태가 사뭇 두려워졌다. 심리상담도 같이 진행해봤는데 생각보다 심리상담은 나한테 아직은 버거운 것 같아서 중도에 중단했다. 갈 때마다 너무 많이 울어서 치유가 아니라 더 악화가 되는 기분이었다. 상담사의 문제라기 보단 나의 문제가 더 큰 것 같았다. 

 

마무리...

커리어도 직장도 일신상의 변화도 모두 급변한 2023년이었다. 그 속에서 나는 참 나의 나약함을 많이 느꼈다. 그걸 인정하는 것 조차 수치스러워서 괜히 더 날을 세워 여러사람을 괴롭게 한 것 같기도 하다. 그 중에서 나를 제일 많이 괴롭혔지만........ 2023년은 뭔가 최고로 반짝였던 찰나와, 대부분의 고통스러운 시간들이 함께했던 한해여서 연말의 씁쓸함보다는 빨리 털어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렇다고 2024년이 대단히 기대되는 것도 아닌 냉소적인 연말이지만 그래도 23년보다는 조금은 더 나아지길 바라본다.

 

서른셋을 살아내느라 정말로 애썼다.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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